더북(TheBook)

닌텐도는 1991년 말까지 슈퍼 닌텐도를 210만대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닌텐도에서 게임기를 사간 소매업체들이 구매한 물량의 70%밖에 팔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다.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 되면 팔지 못한 30%가 소매업체 창고에 재고로 남는다는 뜻이었다. 재고는 다시 팔거나 가격을 내리거나 아니면 반품해야 할 운명에 처했다. 반면 세가는 그해 말까지 총 160만대를 판매하면서 생산량의 95%나 되는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숫자가 절대적인 건 아니지만 세가의 160만 대는 닌텐도의 140만 대(210만 대의 70%)에 비해 명백히 높은 수치였다. 하지만 SNES 판매를 개시한 시점이 1년 중 단 1/3만 남은 9월이었으므로 이러한 판매량 차이가 늦은 출발에서 왔다고 변명할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네’, ‘아니요’로만 답해주세요.” 스티브 레이스가 칼린스키 사무실에 게걸음으로 들어오며 물었다. “우리가 샌프란시스코 남부에서 레드우드 시티로 옮겨온 진짜 이유가 뭐죠? 이 동네 바람이 나카야마 씨의 대머리에 걸친 머리카락을 덜 망가뜨릴 거라 믿었기 때문일까요?”

“저는 긍정도, 부정도 해줄 수 없군요.” 칼린스키가 대답하는 동안 레이스는 칼린스키의 책상 앞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한쪽을 꼭 선택해야 한다면 부정 쪽으로 기울진 않을 겁니다.”

“역시 그렇군요. 저는 음모론 분야에서라면 걸출한 이력을 세우고 큰돈을 벌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오호, 그래요? 하지만 당신에겐 세가에서도 걸출한 이력을 세울 기회가 있어요. 정식 직원으로 들어올 생각이 있기만 하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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