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칼린스키는 장난기 넘치는 소닉 더 헤지혹 타이를 맨 우아한 스포츠 코트 차림으로 금박 패널로 장식한 연회장의 높은 천장 아래에서 춤을 추었다. 그는 평소 춤추는 걸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날 밤은 그를 포함해 모두에게 청각적 환각 증세가 나타났다. 마치 음악이 밴드의 거대한 악기들 밖으로 터져 나와서 사람들로 붐비는 공간을 지그재그로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손목, 엉덩이, 발목에 달라붙어 무대로 끌어내고 있는 듯했다. 칼린스키와 동료들뿐 아니라 시차로 피곤한 SOJ 대표단까지 모두 음악에 사로잡혔다. 이런 현상은 기자, 서드파티 개발자, 세가의 협력 업체 직원들에게까지 전염되었고 촌스러운 춤솜씨를 뽐내는 일이 거의 없는 소매업자들과 나이 많은 사업가들마저도 음악에 매혹되어 무대로 나섰다.

칼린스키는 자신과 어데어 옆에서 춤추고 있는 밴 버스커크에게 물었다. “처음 온 CES에서 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맞나요?”

“방금 뭐라고 하셨죠?” 밴 버스커크는 터무니없는 춤솜씨를 발휘하는 사람들로 가득 찬 연회장을 훑어보며 말했다.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이 장면을 머릿속에 사진으로 남겨놓느라 잘 못 들었어요. 아, 진짜 사진기를 가져올 걸 그랬어요. 다들 어쩜 이렇게 엉망으로 추는지!”

“그럼 이쪽 감상은요?” 칼린스키는 어데어에게도 물었다.

“몇 시간 전에 해고당한 줄 알았던 걸 생각하면 기분이 아주 좋다고 볼 수 있죠.”

“해고라고요? 무슨 말입니까? 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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