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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게 뒤얽힌 관계가 으레 그렇듯이 나카야마와 로젠의 관계도 둘이 실제로 만나기 2년 전에 시작되었다. 1949년, 야망가이자 실용주의자였던 18세의 데이비드 로젠은 미국 공군에 입대했다. 그의 부대는 아시아로 파병되어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부터 종전된 이후까지 아시아 대륙의 여러 기지를 돌아다니며 주둔했다. 복무가 끝난 1954년에 브루클린 태생의 이 사업가는 일본에 머물며 로젠 엔터프라이즈(Rosen Enterprises)를 설립하고 사진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학교 지원서부터 쌀 배급 카드까지 다양한 용도로 증명사진을 제출할 일이 많았다. 하지만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려면 보통 250엔 정도의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했고 완성된 사진을 받기까지 3일 정도 걸렸다. 로젠은 동전을 넣어서 작동하는 즉석 사진 촬영 부스를 미국에서 수입해 일본 전역에 설치한다는 해법을 내놓았다. 돈도 적게 들고 사진도 바로 받을 수 있는 전자동 부스는 곧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후 로젠 엔터프라이즈는 주크박스, 핀볼 게임기 등 동전으로 작동하는 온갖 제품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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