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당시 나카야마의 삶은 에스코 트레이딩이 전부였기에 전 세계적으로 아케이드 게임기가 크게 인기를 끌자 사는 게 즐거워졌다. 하지만 나카야마는 단순히 즐거운 생활 그 이상을 원했다. 에스코의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중고 게임기 매매를 시작한 그는 결국 미국 아케이드 게임기 불법 복제에까지 손을 댔다. 에스코 때문에 세가가 피해를 보자 로젠은 자기 사업에 끼어든 이 불한당을 만나기로 했다. 로젠은 모험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니는 세상 물정에 밝고 사업 요령 좋은 사내를 원래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카야마가 시장이 원하는 게임을 기막히게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는 그를 위협하기보다 그를 한패로 끌어들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1979년 세가 엔터프라이즈는 에스코 트레이딩을 인수해서 나카야마를 일본 지사의 대표로 세웠다.

힘을 합치기로 한 두 사람은 세가가 계속 승승장구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아이렘(Irem), 니치부츠(Nichibutsu), 닌텐도 등의 모방작을 만들어서 일확천금을 벌어보겠다고 등장한 신생 카피캣 업체들의 싹을 자르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이 되자 ‘아스트로 블래스터(Astro Blaster)’, ‘헤드온(Head-On)’, ‘잭슨(Zaxxon)’ 같은 게임이 히트를 치면서 세가의 연수익은 2억 달러를 넘어섰다. 세가의 성공에 감명을 받은 세상 사람들은 나카야마가 감성을, 로젠이 이성을 맡고 있다고 칭송했다. 행동하는 사람과 생각하는 사람, 음과 양이 조화를 이룬 것이라고 말이다. 두 사람의 성격이 매우 다른 건 맞지만 운명의 장난 앞에서도 불굴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서로 마음이 잘 맞았다. 그래서 1982년 로젠이 아케이드 업계의 사정이 점점 나빠질 거라고 우려를 표하며 사임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는 회사에 대한 모든 권한을 나카야마에게 넘기고 남은 여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아내와 함께 캘리포니아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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