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 인사를 나눈 후 홀로 남겨진 칼린스키는 조금 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다시 직원들이 무대에서 자유롭게 즐기는 아름다운 모습을 응시했다. 직원들이 그를 보지 않는데 그가 직원들을 바라보는 일은 드물었다. 보통은 그 반대였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익숙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들이 없었다면 이룰 수 없었을 세가의 성공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기여도의 경중을 떠나 어느 한 명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꽤 멋지죠?” 목소리 하나가 상념에 빠져있는 칼린스키를 깨웠다. 코나미 오브 아메리카(Konami of America)의 부사장, 에밀 하이드캠프(Emil Heidkamp)였다. 하이드캠프는 1986년 코나미가 최초의 가정용 비디오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첫날부터 일한 인정 많고 사려 깊은 영업 담당자였다. 그는 ‘캐슬바니아(Castlevania)’, ‘콘트라(Contra)’, ‘돌연변이 특공대 닌자거북이’ 같은 닌텐도의 베스트셀러 게임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담당자였다. 하이드캠프가 코나미에 있는 동안 코나미와 닌텐도는 서로 큰 수익을 올려주는 상생 관계를 이루었다. 그 덕분에 닌텐도 고위급 간부들과 가까워져서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가던 중 최근 세가를 위해 게임을 만드는 데 동의하면서 그러한 관계를 깨뜨릴 위기를 맞은 상황이었다.
“감탄이 절로 나는군요. 그렇다고 놀란 건 아닙니다.” 칼린스키는 조금 전에 로젠이 한 말을 그대로 따라 했다.
“놀라면 안 되는 건 아니고요?” 하이드캠프는 칼린스키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리며 말했다. “꽤 잘 해내셨더군요. 레드몬드에 있는 친구들도 존경하긴 하지만 그래도 제가 빠져나가기 전에 그 그림 안에 세가가 들어와서 기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