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코주키 씨에게 한 얘기는 폭력적인 그림은 어쩔 수 없더라도 그 외에 다른 나쁜 일을 저지르지 않는 한 코나미가 최고의 자리에 올라갈 때까지 코나미를 지키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이 협상안에 동의했어요. 더 중요한 건 자신이 한 말을 행동으로 옮겼다는 거죠. 마침 당시 일본에서 ‘악마성 드라큘라(魔城ドラキュラ)’라는 제목의 게임이 출시될 무렵이었는데 코주키 씨는 제가 제목을 ‘캐슬바니아’로 바꾸고 내용을 약간 수정하도록 허락해주었습니다. 코주키 씨가 자신의 말을 지키는 좋은 분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이 업계를 살펴보면 볼수록 상황이 악화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더군요.”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칼린스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하이디캠프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건지, 아니면 그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은 건지 헷갈렸다. “맞습니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무척 커 보입니다. 요즘 아케이드 게임이 어떤지 보셨습니까? ‘스트리트 파이터(Street Fighter)’가 가장 인기입니다. 오로지 적을 때려눕히는 게 이 게임의 목표죠. 폭력성을 빼고 보면 아무 재미가 없는 뻔한 게임입니다. 이런 상황을 얼마나 더 유지할 수 있을까요? 세상은 온통 지뢰밭입니다. 일단 한번 길을 잘못 들면 되돌이킬 수 없을 겁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칼린스키는 유령이라도 본 것처럼 멍한 얼굴로 답했다.

“아, 미안해요. 제 고민거리를 가지고 당신에게 부담을 줄 생각은 없었어요.” 하이디캠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냥 와서 일을 잘하셨다고 축하해줄 생각이었어요. 개의치 마세요. 아셨죠?”

칼린스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