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15주 차: 코크 대 펩시

결전의 날이었다. 도요다는 지난 몇 달간 세가 오브 아메리카 동료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일을 진행할 수 있도록 나카야마와 세가 오브 재팬에 보내는 정보를 줄이고 보고서를 조작해왔다. 세가 오브 아메리카가 대담하다고 할 만큼 공격적인 태도로 임하는 건 새 광고만이 아니었다. CES, 쇼핑몰 투어 등 그 외 모든 일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슈퍼 닌텐도가 곧 출시될 시점이었고 지금까지 해온 것들을 접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왔다. 마침내 모든 것을 깨끗이 실토할 때가 온 것이다.

자정이 막 지났다. 늘 그렇듯 이날도 도요다가 마지막까지 사무실을 지켰다. 책상 앞에 편안한 자세를 찾아서 앉은 후 이제 막 일어났을 나카야마에게 야간 보고 전화를 할 준비를 했다. 도요다가 평소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나카야마의 성격을 미루어 짐작할 때 이 전화를 끝으로 세가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소닉 기념품과 가족사진으로 장식한 자신의 사무실을 둘러보고 지금껏 자신이 멋진 일을 해왔다는 자부심을 느꼈다. 바로 해고되지 않는다면 일본으로 다시 불려갈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면 법도를 어긴 직원이 죗값을 치르거나 충성심을 입증했다고 인정받을 정도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 공공연하게 무시하는 문화적 관습인 ‘따돌림(むらはちぶ, 무라하치부)’을 감내해야 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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