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I.

 

‘지금 내 지식만으로도 과거로 간다면 세계 최고의 수학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어제 학원 선생님께서 풀어주셨을 때는 이해하고 넘어갔던 문제였다. 그것을 눈앞에 둔 채 십 분 넘게 쩔쩔매고 있는, 한심한 내 머릿속에 문득 스쳐 지나간 생각이다.

그래. 사실대로 말하자면 어제 이 문제를 이해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어차피 질문해봐야 수업을 방해하지 말라는 핀잔이나 들을 게 뻔하니 나 스스로 이해했다고 타협하며 넘어간 것일 뿐.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수학을 잘할 수 있을까?

또다시 학원을 바꿔야 할까? 서연이마저 없는 지금 이 학원에서 나의 수준 낮은 질문들을 받아주는 사람도 없으니.

그런데 부모님께는 뭐라고 하지? 지금 다니는 이 학원도 나름 우리 동네에선 좋다고 소문 난 곳인데.

아니면 원장선생님께 반을 바꿔 달라고 말씀드려 볼까? 듣자하니 M반은 선생님께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질문하는 시간도 따로 있다고 한다. 기왕 반을 바꾸게 된다면 나도 그 반으로 가고 싶다.

그런데 만약 반을 바꾸는 게 안 된다고 하시면?

혹시 다른 반 학생이더라도 선생님께 몰래 찾아가서 질문하면 받아 주시려나? 그래도 된다고 하시면 나중에 꼭 선생님께 크게 보답해야지.

“야, 공부 잘되냐?”

깜짝이야! 이런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산만하던 나에게 친구 녀석이 말을 걸어왔다.

“아니, 지금 막 공부 잘되려는 참인데 네가 말 거는 바람에 깨졌어.”

“멍 때리고 있었으면서 무슨. 크크, 아무튼 지금 편의점 콜?”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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