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반 친구인 서연이는 최상위권 성적을 자랑하는 모범생이다. 거기에 얼굴까지 엄청 예뻐서 우리 반 남자애들이 모두 좋아하는 앤데, 워낙 조용한 데다가 모범생 특유의 아우라까지 있어서 누구도 쉽게 다가가지는 못한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다니는 학원에서 우연히 같은 반이 된 후에도 몰래 쳐다만 봤지 선뜻 다가가지는 못했다. 그런 내가 지금처럼 서연이와 친하게 지내게 된 것은 나의 호기심 많은 성격 덕분이랄까?
머리가 남들보다 나빠서인지 아니면 좋아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난 늘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나 학원에서 선생님께 질문하는 횟수가 다른 애들보다 유독 많았고, 그런 이유로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왕따를 당하기까지 했다.
중학교 2학년 때 담임이었던 수학 선생님은 나에게 이런 말을 하기도 했다.
“선생님 귀찮게 좀 하지 말고, 해설지 보면서 너 스스로 공부 좀 해봐. 정 이해가 안 되면 일단 그냥 외워!”
선생님의 짜증 섞인 말투와 눈빛을 본 이후로 나는 질문을 하지 않게 되었을 뿐 아니라 수학, 아니 공부 자체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작년, 그러니까 고2 2학기 기말고사가 끝나고, 이제 나도 고3이라는 압박감에 그동안 친구들과 놀기 위해서 다녔던 학원을 그만두고 지금의 학원으로 옮겼다.
그렇다고 그동안 쭉 멀리했던 공부가 갑자기 잘될 리는 없었다. 특히 수학은 너무나도 기본이 부실해서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었다.
서연이는 그런 내게 구원의 손을 내밀어준 천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