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게도 서연이의 설명을 들을 때면 그동안 내 머릿속에서 뿔뿔이 흩어져 있던 또 다른 수학 개념들도 우르르 몰려와 마치 퍼즐처럼 맞춰지는 듯했다. 심지어 이따금 수학이 재밌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수학이 재밌다니?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란 말인가.
특히나 고마웠던 건, 그동안 늘 핀잔만 들어왔던 나의 수준 낮은 질문들에 서연이는 매번 진심으로 공감해주었다는 점이다. 자기도 예전에 그 부분을 똑같이 궁금해했었다며. 실제로 그럴 리는 없었을 텐데 말이다. 서연이는 나와 달리 최상위권의 모범생이니까.
언젠가부터 난 단순히 서연이를 좋아하는 마음을 넘어서 동경하게 되었다. 비록 내 수학 성적은 여전히 제자리걸음(희한하게도 내가 그동안 서연이에게 했던 질문들은 단 한 번도 학교 시험문제나 모의고사 문제로 출제되지는 않았다.)이지만, 아무렴 어떤가? 한없이 싫기만 했던 수학이 조금은 좋아졌다는 것만으로도, 서연이는 나에게 구세주요, 천사요, 수학의 신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런 서연이가 갑자기 사라졌다. 학원에도 안 오고 학교에서도 보이지 않아 처음에는 가족들과 해외 여행이라도 간 줄 알았다.
안 보이는 날이 길어져서, 하루는 고심 끝에 용기를 내 카톡을 보내 봤으나 지금까지도 서연이는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 내심 많이 서운하지만 혹시 전학을 가면서 그동안의 모든 친구 관계를 끊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뭐? 가출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