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봤다.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시커멓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문득,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갔던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졌다.
“야. 너 내일 꼭 병원 가 봐라. 내가 보기엔 문제가 좀 심각해 보이는데?”
“어. 그래야겠어.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언제부터 그랬는데?”
“… 삼 개월 전쯤?”
“미친 놈아. 석 달 지날 동안 병원을 한 번도 안 가본 거야?”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니까…. 어?! 이제 조금씩 괜찮아진다! 휴우….”
“임마. 너 그러다 진짜로 훅 간다? 고3이 말이야. 건강부터 챙겨야지.”
“알았어. 그만해.”
이내 고통이 완전히 사그라지고 시야도 다시 돌아왔다. 친구를 보니 녀석은 내 꼴이 우습기라도 했던 건지 배시시 웃고 있었다. 이 자식이. 누구는 방금 생사를 오간 기분인데!
“이제 들어가자.”
난 괜히 센 척, 녀석의 등을 퍽 치고선 앞장서 독서실 건물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