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
와, 뭐 이리 많아!
몇 달 전에 열렸던 학회에서는 아쿠스마티코이들이 백여 명 정도만 모였었는데, 오늘은 그보다 두 배는 더 많아 보인다. 우리 피타고라스학파의 인원수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확인하니 내심 뿌듯했다. 하지만 한편으론 걱정이 몰려왔다.
이렇게 많은 아쿠스마티코이 가운데서 과연 내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나는 언제쯤이면 마테마티코이로 승격되어서 피타고라스 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피타고라스 님이 신이라고 한다. 혼돈이 극심한 이 땅에 신의 언어인 수학을 전파하여 조화와 번영을 이루고자 인간의 몸으로 현현한 전지전능한 신.
실제로 피타고라스 님께서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하는 기적을 보이셨다던지, 상반신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의 몸이지만 하반신은 황금으로 되어 있다던지 등과 같이 그분이 신이라는 온갖 증언이 무성하다.
하지만 내가 피타고라스 님을 따르는 것은 단순히 그런 신비로운 소문 때문만은 아니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그분의 엄청난 지식과 지혜를 존경하기 때문이다.
물론 난 아직 그분을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나의 스승인 히파소스 님조차도 떠받드는 분이니 의심의 여지 따위는 없다. 사실 스승님의 지식만 하더라도 지금의 나로서는 몹시 존경스러울 따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