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강연 준비 잘했냐?”
깜짝이야! 한창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던 나에게 친구 녀석이 말을 걸었다.
“아니. 이제 막 마무리하려는 참이었는데 방금 네가 말 거는 바람에 깨졌어.”
“멍이나 때리고 있었으면서 무슨 놈의 마무리. 크크.”
녀석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건 또 뭐지, 익숙한 불쾌감인데?
“그러는 너는 어제 청강 잘했냐?”
“아니. 듣다가 잠들었다. 크크.”
“넌 어떻게 된 놈이 그 귀한 시간을 잠으로 날려 먹냐? 구제불능이네 이거.”
“잠이 쏟아지는 걸 어떡해? 다음에 잘 듣지 뭐. 이 몸은 누구처럼 청강조차 할 수 없는 말단은 아니거든.”
“오호, 마침 날씨도 딱 좋은 게. 오늘을 너의 제삿날로 삼고 싶은 거구나?”
분하긴 하지만 모두 맞는 말이다. 이 녀석은 예전에 열렸던 아쿠스마티코이 학회에서 우수한 발표를 한 덕에 피타고라스 님의 대강연을 청강할 자격을 얻게 되었다. 비록 대강연은 이삼 개월에 한 번꼴로 드물게 열리고, 그마저도 벽 너머에서 들어야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자격조차 없으니 친구 녀석이 부러울 따름이다.
“다들, 조용히!”
오늘 학회의 진행을 맡으신 마테마티코이 데모스쿠스 님이 회장 한가운데 서서 외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