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운을 떼기 시작한 나는 거침없이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다들 아시다시피 피타고라스 님은 우리에게 ‘만물의 원리는 수이며 만물은 수를 모방한다’는 위대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는 만물의 여러 이치를 수로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죠. 그 결과 이제 그 누구도 이 가르침에 의구심을 품지 않으며, 지극히 당연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문득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피타고라스 님의 이 가르침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까?’ 하고요.”

순간 데모스쿠스 님의 표정이 미묘하게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침착히 발표를 이어갔다.

“많은 고민 끝에 저는 만약 피타고라스 님의 가르침을 거꾸로 접근할 수 있다면, 신의 섭리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만물이 수를 모방한다는 것은 곧 만물의 세계인 이 세계보다도 수의 세계가 더 높은 세계라는 것을 의미하죠. 또한, 수는 신의 언어이니, 그 세계란 곧 신의 세계일 테고요. 따라서 만약에 우리가 수로써 그릴 수 있는 모든 세계를 펼쳐낼 수만 있다면, 이 세계를 신의 시선으로써 내려다볼 수도 있을 거란 얘기입니다!”

데모스쿠스 님의 눈이 순간 놀란 토끼 눈처럼 커졌다. 회장 안에 있는 몇몇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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