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우리는 1과 2 사이의 빈틈에 등 무수히 많은 수의 비를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이러한 수의 비들을 크기가 가장 작은 것부터 순서대로 나열한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

“신의 세계가 완전하다면 이러한 수의 나열에도 빈틈이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만약 이러한 나열에 빈틈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곧 신의 세계에도 빈틈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너는 지금 신의 세계가 불완전하다는 얘기라도 하려는 거냐!?”

“당연히 아닙니다. 데모스쿠스 님. 피타고라스 님의 가르침에 따르면 분명 만물은 수를 모방합니다. 하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간도, 자연의 움직임도 마찬가지고요.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시간에도, 자연의 움직임에도 빈틈이란 없습니다. 만약 시간이나 자연의 움직임에 빈틈이 있다면 참으로 재밌는 현상들이 일어날 테죠. 여기 있는 제가 갑자기 데모스쿠스 님이 계신 자리로 뿅 하고 이동한다든지, 제 뒤에 있는 안티폰이 갑자기 늙어서 할아버지가 된다든지 하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청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다음 발표 준비로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안티폰의 입꼬리도 씰룩거리는 것이 보였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러한 세계를 품고 있는 신의 세계 역시 빈틈이 없을 거란 사실은 자명합니다. 즉, 신의 언어인 수와 그 비를 작은 순서부터 펼쳐낸 세계란 빈틈없이 빽빽할 겁니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