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날씨가 참 맑군.
나는 지금 피타고라스 님의 부름으로 히파소스 스승님을 따라 피타고라스 학교로 가고 있다.
데모스쿠스 님이 어제 나의 발표를 피타고라스 님께 곧장 보고드렸다지만, 이렇게까지 급작스럽게 일이 전개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긴장으로 몸이 바짝 얼어붙은 나와는 다르게, 스승님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 계셨던 듯 태연한 모습이었다.
“아쿠스마티코이가 피타고라스 님을 직접 뵙는 일은 마테마티코이로 승격되는 때밖에 없지.”
“그럼 혹시 스승님. 저 오늘부로 마테마티코이가 되는 겁니까?!”
“허허. 그럴 리가 있겠느냐? 어디까지나 과거에는 그랬다는 얘기다.”
오랜만에 온 피타고라스 학교의 입구에는 내가 처음 아쿠스마티코이로 입격된 날 맹세를 한 거대한 테트락티스3가 있었고, 그때처럼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3 네 개의 층으로 된 정삼각형 피라미드 구조. 신성한 수로 여기던 자연수 10을 형상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