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생각에 이르니 나의 발길은 어느새 다시 피타고라스 학교로 향하고 있었다. 그래, 가서 스승님을 설득해 보는 거야. 정말 간절히 말씀드리면 마음을 돌리실지도 몰라.
헐레벌떡 다시 학교로 돌아오니 점토판을 읽고 계시는 셀레네 님이 눈에 들어왔다.
“어? 엘마이온 님? 왜 다시 오신 건가요? 그렇게 급하게… 뭐 놓고 가신 거라도 있나요?”
“셀레네 님! 혹시 스승님께서는 안에 계신가요?!”
“히파소스 님이요? 네, 방금 피타고라스 님의 서재로 들어가셨습니다.”
“이런, 늦었구나! 혹시 제가 두 분 계신 곳에 멋대로 들어가서는 안 되는 거겠죠?”
“당연히 상당한 결례겠죠.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가요?”
“이런…”
“?”
“셀레네 님. 혹시 스승님께서 피타고라스 님과 무슨 얘기를 하겠다고 말씀하진 않으셨나요?”
“그건 저도 모릅니다. 급하게 들어가시기에 여쭤볼 경황도 없었고요. 그러고 보니 표정이 좀 안 좋아 보이시긴 했습니다만….”
“역시… 아, 이거 정말 큰일이네요!”
“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시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