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설마… 마테마티코이들의 분노를 나에게로 돌리려는 수작은 아니겠지?”
“에이,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너를 팔아서 무슨 이득을 본다고?”
“그럼 대체 뭘 그리 서두르는 건데? 좀 터놓고 얘기를 해 봐. 나도 뭐 납득이 가야 너를 옹호하든가 말든가 하지.”
“…”
안에서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후우. 그래 말해줄게. 네가 이렇게까지 날 몰아세울 줄은 몰랐네.”
“얌마. 내가 오죽하면 이러겠냐?”
“히파소스…. 너는 그저 맘 편히 고상한 수학자 역할만 하고 있어도 되지만 난 아니야.”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그게?”
“요즘 우리 피타고라스학파 인원수가 급증하는 건 너도 알고 있지?”
“그래. 덕분에 너는 엄청나게 유명해지고 있고, 근래 들어서는 정치권도 너에게 굽실대고 있다고 들었다.”
“에이, 거 모처럼 진지한 얘기하려는데 비꼬기나 하고…. 내가 그런 정치질이나 권력 따위 탐낼 사람으로 보여? 아니, 사모스섬1 사건2도 같이 겪은 사람이 나를 그렇게 모르나?”
“… 계속 얘기해 봐.”
“히파소스. 나는 우리 피타고라스학파를 지키고 싶은 거야.”
1 피타고라스의 출생지.
2 피타고라스는 사모스섬의 독재자였던 폴리크라테스의 폭정을 견디다 못해, 38세 무렵 사모스섬을 떠나 크로토네(이탈리아 남부에 위치)로 피신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피타고라스학파를 설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