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대답해 봐. 우리 학파의 제1 가르침이 뭐지?”
“만물의 근원은 수다.”
“그래. 우리 학파가 내부적으로도 외부적으로도 신성시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그 수의 신비함 덕분이지. 수란 자연의 섭리를 해석하는 열쇠이며, 우리들은 그 열쇠를 인간 세상에 전파해주는 신의 사도들이라는 인식. 그것이 바로 바깥세상이 우리들을 보는 시선이고.”
“넌 어떻게 매번 그런 오그라드는 얘기를 잘도 하냐? 아무튼, 그래서?”
“그런데 만약에 말이야. 이 수라는 것이 알고 보니 자연의 섭리를 담아낼 수 없는 거였다면? 까놓고 보니까 피타고라스학파의 가르침은 온통 거짓 위에 세워진 것들뿐이었다는 소문이 돌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 뭐?!”
“히파소스, 너 예전에 셀레네가 마테마티코이로 승격될 당시 제출했던 연구서. 아직 안 읽어 봤지?”
“안 읽은 게 아니라, 나는 읽고 싶었는데 그때 네가 못 읽게 했던 거지.”
“앉아 있어 봐. 갖고 올게.”
미칠 듯이 흥미로운 대화가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어느새 걱정으로 혼란스러웠던 머리는 차분해진 지 오래였고 나는 안에서 들려오는 두 분의 대화에 깊이 빨려 들어갔다. 그건 내 옆에 있는 셀레네 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