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이게 그 연구서야.”
“나 참. 이렇게 쉽게 보여줄 거면 그때는 왜 막았던 거야?”
“어서 읽어 보기나 해.”
그 후로 방 안에선 다시 오랜 시간 정적이 흘렀다. 나와 셀레네 님은 침 삼키는 소리마저 죽여 가면서 조용히 다음에 나올 대화를 기다렸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한참 만의 정적을 깬 건 스승님의 목소리였다.
“다 읽었다.”
“어때? 읽어 본 소감이.”
“너, 이거….”
“왜 내가 그때 셀레네를 급히 마테마티코이로 승격시킨 건지 이제 좀 알겠어?”
“설마… 이 내용이 밖으로 퍼지는 걸 막으려고?”
“그래. 당시의 나로서는 그것만이 최선이었어. 마테마티코이들의 반발이 있을 건 당연히 예상했지만 이건 그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였지.”
“셀레네를 마테마티코이로 임명해서 입막음을 한 것이다? 마테마티코이가 된 이상 이후로도 그녀의 모든 연구 내용은 너의 검토를 거치게 될 거니, 셀레네 한 명만 잘 감시하면 모르는 새에 외부로 발설될 일도 없을 테고. 그래서 그 아이가 이 학교에 머물고 싶다고 했을 때, 곧바로 전임자를 해고하고선 시중을 맡겼던 거로군?”
“운이 좋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