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허, 참. 혼란스럽네. 피타고라스, 우리는 학파잖아? 이런 엄청난 이론일수록 오히려 더 공론화시켜야 되는 거 아냐? 난 너의 지금 행동이 그저 학문 발전을 가로막는 행위로밖에 안 보이는데?”

“아니. 우리 피타고라스학파를 지키는 행위지.”

“… 도통 납득이 안 되네? 그래! 만약에 이 내용이 사방에 퍼져서 그동안 우리가 연구했던 이론 체계가 무너지고, 최악의 경우에 네가 우려하는 것처럼 우리 학파가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 쳐. 그런데 피타고라스. 우리는 말이야. 학자들이야. 진리를 좇는 사람들이라고. 이런 놀라운 이론이야말로 감출 것이 아니라 세상에 알리고 더 발전시킬 생각을 해야지. 애초에 그런 목적에서 학파를 창설했었던 거였잖아! 학문에 대한 목적을 잃은 학파가 대체 무슨 소용인데?”

“셀레네의 이론은 아직은 어디까지나 가능성 단계일 뿐이야. 실제로 아직까지는 그 어떠한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고.”

“아니 그러니까 이 친구야. 더욱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모아서 그 사례를 찾아봐야 할 거 아니냐는 말이야. 숨길 것이 아니라! 정 바깥으로 퍼지는 게 껄끄러운 거면 최소한, 마테마티코이들에게만큼은 알렸어야지!”

“아아… 그래 알아. 히파소스. 나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게 아니라고.”

“… 너, 솔직하게 말해. 사람들이 너에게 실망할까 봐. 지금 그게 무서운 거지? 그동안 사람들이 너를 신이라고 떠받들어 주니까, 진짜 교주 놀이에 심취하기라도 한 거야?”

잠시 팽팽한 침묵이 흘렀다. 곧 나직이 가라앉은 피타고라스 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히파소스, 너 말이 좀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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