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게 아니면 대체 뭐야? 솔직히 네 행동은 피타고라스학파를 지키겠다는 의도보단 그동안 네가 쌓아온 명성과 권력을 지키고 싶다는 욕망으로밖에 보이지 않아. 내 말이 틀려?”
“그래! 설령 그렇다고 치자! 그럼 우리 학파의 다른 마테마티코이들은 어쩌고? 너도 알다시피 걔들 중에는 나중에 정치권에 진출할 꿈을 품고 들어온 애들도 많아! 너는 꼭 그렇게 우리 학파의 명성을 나락으로 떨꿔서 애꿎은 애들 꿈까지 죄다 좌절시켜야 속이 시원하겠어?!”
“아니, 대체 우리 피타고라스학파가 뭔데? 대체 왜 그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냐고? 우리가 무슨 정치 집단이야? 학자 집단 아니었어? 네가 생각하는 우리의 정체성은 대체 뭐야?”
“지금은 둘 다지!”
“허… 너무 당당하게 말하니까 내가 할 말이 다 없어진다.”
“미안하다, 히파소스. 너의 마음도 모르는 건 아니다만, 어떻게, 이번 한번만 더 나 좀 도와다오. 친구로서 부탁할게.”
“후우… 이제서야 그동안의 네 행동에 대한 의문이 싹 풀리네. 그런 이유로 엘마이온도 무리해서라도 승격시키려 한 게로군? ‘수의 조밀성’을 너의 이론이라 발표해서 학파의 가르침, 아니 너의 가르침을 더욱 정당화하려고. 어차피 사례가 발견되지 않은 셀레네의 이론은 가능성 단계일 뿐이니 이후에 만약 알려진다 하더라도 이미 ‘수의 조밀성’이 대중의 인식에 깔린 마당이라 큰 동요도 일어나지 않을 테고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