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건 너야. 오랫동안 널 알아왔지만 요즘의 넌 도통 종잡을 수가 없어. 명심해. 우리는 학자야. 나는 나대로 셀레네의 이론에 반박할 근거를 연구할 테니 너도 노력해 봐. 그리고 말이야, 만약에.”
“만약에?”
“셀레네가 사례를 찾아내서 새 이론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면, 설령 네 자존심을 버린다 하더라도 나는 네가 옳은 길을 선택하길 바란다. 떨어진 자존심이야 노력으로 언제든지 회복시킬 수 있지만, 한 번 어긋나버린 신념을 되돌린다는 건 지극히 어려운 일이니까.”
“핫핫. 나 원 참…. 네, 알겠습니다. 위대하신 히파소스 님. 분부대로 하죠.”
“그럼. 난 이제 간다. 이삼일 후에 엘마이온의 연구 자료 갖고 다시 올 테니, 그때 이어서 얘기해.”
“그래. 엘마이온에게는 잘 말해주고. 부탁한다.”
부랴부랴 나와 셀레네 님은 자리를 벗어날 준비를 했다.
“아! 그리고 피타고라스.”
“아, 왜 또?”
“… 노파심으로 하는 얘기긴 한데, 난 말이다. 우리 피타고라스학파가 최소한, 수학을 하는 ‘종교 단체’가 되지만은 않기를 바란다.”
“나 참, 오늘 별의별 얘기를 다 하네. 이봐, 히파소스. 너 대체 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 말이야 나, 지혜를 사랑하는 자. 피타고라스인 거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