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거친 숨도 가라앉았다. 그리고 멀리서 스승님이 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엘마이온. 안에 있느냐?”

“네, 스승님.”

스승님은 마치 내일 세상이 무너질 거라는 계시를 받은 예언자처럼, 수심 가득 찬 얼굴로 느릿느릿 안으로 들어오셨다.

여러 충격적인 일을 겪은 탓에 나도 제정신은 아니었지만, 스승님의 얼굴을 마주하니 안타까움과 동시에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나를 어떻게 설득시켜야 할지 무척 고심하고 계실 테지. 기왕 이렇게 된 거, 차라리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꺼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기 스승님. 저 말입니다.”

“어, 어, 그래. 무슨 일이냐?”

“저기… 제가 집에서 가만히 생각해 보았는데요, 아직은 말입니다. 제가 마테마티코이로 승격될 때가 아닌 듯싶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혹시 스승님께서 피타고라스 님께 승격을 다음으로 미뤄달라고 요청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스승님은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말씀하셨다.

“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음, 그게 말이죠. 사실 지금 이 상태로 마테마티코이가 된들 다른 분들과 실력 차이로 밀릴 게 뻔하고요. 아무리 혼자서 죽을 둥 살 둥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지금처럼 스승님 밑에서 가르침을 받는 만큼 성장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고요. 뭐, 터놓고 말해서 셀레네 님처럼 밤낮없이 정진할 자신도 없고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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