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위 사건이 있었을 때, 운전대를 잡고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궁금해하는 저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그때 고향인 코펜하겐에서 운전하던 중이었고, 목적지에 가기 위해 여러 가지 복잡한 작업을 처리했을 것입니다. 신호등의 빨간불에 정지하고, 좌회전하고, 도시 곳곳의 수많은 자전거와 부딪치지 않고 우회전하면서 원하는 목적지까지 올바르게 찾아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일을 한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다.

즉, 복잡하고 지적인 작업을 하기 위해 의식적인 자각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프로그래밍을 하는 동안 무아지경에 빠져본 적이 있나요? 화면을 보다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창밖은 어두워져 있고, 몇 시간 동안 작업했다는 것을 깨달은 경험이 있나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정신 상태를 몰입(flow)이라고 부릅니다[51]. 몰입 상태에서는 자신이 하는 일에 너무 깊게 빠져서 자신에 대한 인식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의식하지 않더라도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당연히 의식하면서 코드를 작성할 수도 있지요. 요점은 명확하게 인식하지 않더라도 우리 두뇌에서는 수많은 일이 일어난다는 점입니다. 즉, 두뇌가 다양한 작업을 처리할 때, 의식은 수동적인 구경꾼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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