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하지만 이 기계를 완성한 연구진은 상당한 난관과 좌절을 겪어야 했습니다.

연구진이 막상 차분기관 2를 조립해 보니 손잡이를 한두 번만 돌려도 기계가 멈추어 버리기 일쑤였습니다. 각 부품이 기계의 작동 타이밍에 맞게 완벽하게 맞물려야 하는데 배비지는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조차 예상하지 못한 듯 보입니다.

연구진이 기계를 디버깅하며 부품을 정렬하고 수리하는 작업은 무려 11개월이나 걸렸습니다. 손잡이를 돌리다가 기계가 멈추면 드라이버나 플라이어로 내부를 살펴보며 느슨한 부분이나 지나치게 꽉 끼인 부분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때로는 저항이 발생하는 위치를 찾기 위해 일부 부품을 일부러 파손시키기도 했으며, 가벼운 설계 변경이 필요할 때도 있었습니다.

런던 과학박물관의 컴퓨팅 큐레이터이자 이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끈 도론 스웨이드(Doron Swade)는 배비지의 설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배비지는 디버깅을 위한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기계의 특정 부분을 다른 부분과 분리하여 고장의 원인을 국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마치 기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하드 와이어드(hard wired)’ 유닛 같았으며, 구동봉과 연결 부품들은 고정 핀이나 리벳으로 영구적으로 고정되어 있어 조립 후에는 분해하기가 매우 어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