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스마티코이 발표회
I.
“엘마이온. 일어나란 소리 안 들려?”
이건 갑자기 무슨 목소리인가? 이젠 하다 하다 환청까지 들리는 건가.
“이놈아. 이제 일어나라고!”
갑자기 뺨에 불똥이 튀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어우 씨. 뭐야!?”
“뭐긴 뭐야. 네 스승이지 이놈아! 얼른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앗, 히파소스 님. 죄송합니다! 제가 방금 너무나도 장황한 꿈을 꿔서요.”
“이 녀석아, 얼른 정신 차리고 준비나 해라. 오늘 아쿠스마티코이1 학회에서 발표하기로 했다면서?”
“아, 네! 어제 밤늦게까지 준비했는데…. 어느샌가 잠들어 버렸네요? 아하하….”
“어이구 이 게으른 녀석아. 지금 팔자 좋게 웃음이 나오느냐? 쯧쯧.”
… 대체 뭐였지, 방금까지의 나는? 분명히 꿈은 아니었는데? 지금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뭐. 네가 알아서 잘 준비했을 거라 믿기는 한다만. 그래. 오늘 발표하려는 주제는 무엇이냐?”
“네? 아, 발표 주제요? 수의 조밀성에 대해서입니다.”
1 ‘듣는 자’라는 뜻으로, 피타고라스학파의 하위 제자를 일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