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나 원, 녀석. 아까 피타고라스 님 앞에서는 그리도 자신만만해하더니?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도 될 만큼 이게 그리 가벼운 일인 줄 아느냐?”

“에이, 그리고 솔직히 스승님께서도 제가 승격되어서 같이 안 살게 되면 무척 심심하실 거 아닙니까? 결혼도 안 하신 우리 스승님 밥은 누가 차려주며 청소는 누가 합니까? 하하하.”

“지금 그게 이런 중대한 사안을 얘기하는 데서 할 소리냐? 에라이, 이 녀석.”

“흠. 혹시 이미 피타고라스 님께서 한번 결정하신 것이기 때문에 번복할 수 없는 걸까요?”

“그런 것은 아니다. 그리고 나 역시 네가 아직은 마테마티코이가 되기에는 시기상조라 생각하던 차였다. 다만, 너의 태도가 너무 갑자기 달라져 내가 좀 당황스러울 뿐이지.”

“하하… 아까는 그토록 뵙고 싶었던 피타고라스 님을 실제로 뵈어서 제가 너무 들떠버렸던 것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아무래도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이 앞서더라고요.”

“녀석… 그래 알았다. 내가 피타고라스 님께 잘 말씀드려보마.”

말씀은 차분하게 하고 계셨지만, 눈에 띌 정도로 밝아진 스승님의 얼굴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새어 나오는 웃음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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