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Ⅱ.

 

지난 생의 기억을 밤새 복기하느라 잠은 한숨도 못 잤지만, 정신만큼은 또렷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점점 잊혀갈 기억의 조각들에 조바심이 날 뿐이다.

밖에서 오라버니가 나갈 채비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빨리 방문을 열고 외쳤다.

“오라버니! 오늘은 저도 따라갈게요!”

“아이 깜짝이야. 왜 벌써 일어났느냐? 병영에는 왜?”

“필기구가 필요해서요.”

“아아. 그거 때문이라면 이 오라비가 이따 귀가할 때 챙겨다 줄 테니 좀 더 눈 붙이렴. 많이 피곤해 보이던데.”

“아니에요. 한시라도 빨리 기록해야 할 게 있거든요.”

“… 설아. 어제저녁부터 좀 이상해 보이는구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

“얘기하기 곤란한 거야? 알았다. 더 묻지는 않으마. 그럼 어서 채비해서 나오렴.”

이미 나갈 준비를 모두 마친 나는 그대로 마당으로 나가 말 위에 올랐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스름한 새벽이다. 오라버니를 따라서 병영에 도착한 나는 곧장 필기구가 있는 막사로 향했다. 내 얼굴을 익히 알고 있는 병사들은 가볍게 내게 인사를 건네고선 흔쾌히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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