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승상의 은혜 덕분이지요. 제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십시오.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허허. 그러고 보니 강유 자네가 양주4에서 기린아로 한창 명성을 떨칠 무렵이 지금의 설이 나이쯤이었겠구먼? 세월 참 빠르네.”
승상님은 잠시 추억에 잠긴 듯 엷은 미소를 지으셨다.
“제 동생이지만 그 당시의 저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현명한 아이입니다. 힘도 당시의 저보다 갑절은 더 셀 거고요. 하하.”
“오라버니!”
오라버니의 농담에 승상께선 허허 웃으시고선 내 쪽으로 다가오셨다. 내가 쓰고 있던 글을 훑어보시는 승상의 눈 아래로 거무스름한 그늘이 오늘따라 유달리 짙게 느껴졌다.
“이건… 수학인 듯하구나?”
“네? 아, 네.”
깜짝 놀랐다. 지금 시대의 언어에 맞지 않는 방식으로 적었는데도 바로 그 내용이 수학임을 짐작하다니. 역시 공명이시다.
“호오. 설이 네가 수학에도 흥미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구나. 그런데 어째 내가 알아보기 힘든 기호들이 많은걸?”
“아, 승상님. 그건… 제가 독학으로 습득한 지식이기 때문에 그럴 겁니다.”
“독학이라고? 수학을 말이냐?”
4 서량, 천수군, 서평군, 금성군, 남안군, 농서군 등을 아우르는 현재의 감숙성, 영하 회족 자치구, 청해 황수 유역 및 섬서성 서부에 해당하는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