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이내 다시 발을 떼어 밖으로 나가셨고, 오라버니도 그런 승상의 뒤를 따라서 막사를 나갔다.
승상의 건강 상태도, 갑자기 자리에 서 계셨던 이유도 궁금했지만 지금 내게 그런 생각을 할 여유 따위는 없기에, 곧바로 다시 자리에 앉아 기록을 이어나갔다. 중간에 병사들이 들어와 내게 조식을 권하였으나 밥 먹을 시간조차 허비할 수 없는 나는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또다시 막사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글을 쓰던 손을 멈추고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내가 여기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친구가 쪼그려 앉아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친구는 실실 웃으며 말을 꺼냈다.
“크크. 역시 넌 집중력이 대단하구나! 이제야 이쪽을 보네.”
귀여운 외모의 여자애 웃음소리가 ‘크크’라니, 얘는 참 여전하구나.
“후훗, 미안해. 도중에 부르지 그랬어?”
“너무 집중하고 있길래 부르기가 좀 그렇더라고. 아무튼, 너 아침도 굶었다면서? 뭘 그리 열심히 적는지는 모르지만 잠깐 숨 좀 돌릴 겸 나랑 바람이나 쐬고 오자. 너랑 먹으려고 내가 외곽 쪽 막사에 몰래 고기반찬도 빼돌려 놨거든.”
그러고 보니 어제저녁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구나. 고기반찬이란 말을 들으니 나도 모르게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하지만 지금은 기억을 잊기 전에 하나라도 더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