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오늘은 너 혼자 먹어. 난 별로 배가 안 고프거든.”
“에이. 방금 네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진동을 했는데 무슨. 크크, 잠깐 다녀오자.”
“아니. 난 정말 괜찮아. 어? 그러고 보니 너?”
“응?”
“너… 이름이 뭐였지?”
내 물음에 친구는 놀란 토끼 눈을 하더니 황급하게 막사 밖으로 도망쳐 나갔다. 나는 그런 그녀를 서둘러 뒤쫓았지만, 막사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갑자기 머리가 혼란스럽다. 자연스럽게 막역한 친구라 생각했는데, 그녀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깨달은 것이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모른다는 것을.
이제 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그녀가 누구인지 제대로 모른다. 분명 설이인 나와 그녀가 함께했던 여러 시간이 떠오르긴 하지만, 사실 나는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조차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나에게 ‘막역한 친구’라니? 여태껏 내 어느 삶에서도 그런 분에 넘치는 이는 없었잖은가. 이거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닌가.
“너! 너 대체 누구야!”
내 외침은 허공에 공허하게 퍼졌다. 지나가던 병사 몇 명만이 깜짝 놀라 나를 쳐다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