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그녀는 누구였을까?
집에 와서 계속 일기를 쓰는 와중에도 이 궁금증은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혹시 내 삶이 덧씌워지는 과정에서 기억이 왜곡되기라도 한 걸까? 어쩌면 진짜로 내 친구였던 걸까? 그렇다면 왜 그런 반응을 보이고서 도망간 거지?
당장 내 삶부터가 워낙 비상식적이다 보니, 무슨 일이 일어났다 해도 이상할 건 없지만, 아무리 모든 가능성에 대해 열어두고 생각해 봐도 어느 하나 석연치는 않았다.
어느새 밤이 깊었는지 강유 오라버니가 귀가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중을 나가기 위해 일어나려는데, 웬일인지 오라버니가 먼저 내 방 쪽으로 와 말을 건넸다.
“설아. 혹시 안 자고 있으면 얘기 좀 나눌 수 있겠니?”
무슨 일일까?
“네 오라버니. 들어오세요.”
쓰고 있던 일기를 접어 한쪽 구석으로 치웠다. 내 방으로 들어서는 오라버니의 표정이 평소보다 굳어 보인다.
“무슨 일인가요?”
“음… 일단 앉아서 얘기하자.”
나와 강유 오라버니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서 마주 앉았다. 한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말이 없던 오라버니는 이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