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ⅠⅤ.

 

나는 오라버니와 함께 제갈 승상의 막사 앞에 와 있다.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이른 시각인데도 부재중이시기에 의아했는데, 보초병의 말로는 승상께서 직접 둔전5의 시찰을 나가셨다고 한다. 매사에 완벽을 기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승상의 모습은 때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멀리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보니, 시찰을 마치고 돌아오는 승상의 모습이 보였다.

“오, 강유! 설이도 함께 왔구나!”

오라버니와 나는 공손히 고개 숙여 아침 인사를 드렸다. 승상님이 말에서 내리시자 오라버니는 볼멘소리를 했다.

“승상! 둔전의 시찰 정도는 아랫사람들에게 맡기시지 않고요?”

“허허. 둔전만 보고 온 건 아니네. 내가 직접 확인해야만 할 다른 것이 있어서 다녀온 거야.”

말에서 내린 승상은 가쁜 숨과 함께 일전의 마른기침을 또 한 차례 토해내시더니, 타고 온 말을 호위병들에게 넘기고서 우리에게 걸어오셨다.

“이렇게 이른 시각에 오라 해서 미안하구나. 설아.”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흐음. 그럼 이제부터는 설이와 둘이서만 이야기를 좀 나눠야 할 것 같은데. 강유 자네는 자리를 좀 피해 주겠나?”

 

 


 5 주둔한 군대의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경작하는 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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