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들어서는 안 되는 내용입니까?”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아마 들어도 무슨 말인지 몰라서 지루할 걸세.”
“아아… 혹시 수학 얘기입니까?”
승상님은 말없이 빙긋 웃으셨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작전지로 가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오라버니는 내 어깨를 도닥이고선 말 위에 올랐다.
“자, 설아. 그럼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자꾸나.”
“네.”
승상님을 따라 막사 안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탁자 위에 우리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오장원 일대의 지도가 눈에 들어왔다. 밤새 사마의6가 이끄는 위나라 군의 공략 전술을 연구한 흔적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승상. 혹시 또 밤을 새우신 건가요?”
“으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구나.”
“정말 그러다 쓰러지기라도 하시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승상의 건강에 국운이 달려 있으니 제발 무리하지 마십시오.”
“허허. 아직 멀쩡하니 걱정 마려무나. 그보다도, 어제 네가 분명히 내게 그런 말을 했었지? 수학을 독학했노라고.”
갑자기 긴장이 몰려왔다. 사실 지금 삶에서의 나, 즉 ‘강설’은 수학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가진 수학 지식은 모두 내 다른 삶에서 얻은 것일 뿐.
6 조위(위나라)의 관료이자 서진의 추존 황제로, 자는 중달(仲達)이며 제갈량의 최대 라이벌로서 역사에 기록된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