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무엇보다도 지금 이 시대에 적합한 수학 수준이 전혀 가늠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하물며 서양도 아닌 동양의 수학이기에 그동안 배워본 적도,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나는 대체 어디까지를 알고 어디서부터 모른 척을 해야 할까.

“설아. 긴장하지 말고 편히 얘기해 보려무나.”

“아, 네. 승상. 제가 어제 그리 말씀드렸었지요.”

“그럼 혹시 그동안 어떤 수학책들을 공부했는지 대략적이라도 말해줄 수 있겠니?”

“아… 그건…”

난감하다. 하물며 이름이라도 아는 책이 있다면 좋으련만. 하긴 섣부르게 잘 모르는 책을 말했다가 승상께서 그 내용을 물어보시기라도 한다면, 그건 더욱 낭패일 테지.

결국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고, 승상께서는 그런 나를 한참 바라보시다가 다시 입을 떼셨다.

“흠. 내가 곤란한 질문을 한 건가? 그렇다면 조금 다르게 물어보마. 그럼 묵자7나 혜시8, 공손룡9의 저서 중에서는 어떤 것을 공부해 보았느냐? 모두 수학의 고전들이니 너도 한둘쯤은 보았을 텐데.”

“… 승상.”

“그래. 어서 얘기해 보려무나.”

“그동안 공부했던 서적들에 관해선 송구스럽게도 저의 개인적인 이유로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승상께서 제게 수학 이론을 하문하신다면 제가 아는 선에서 열심히 답해 보겠습니다. 그리해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7 묵자(기원전 470년~기원전 391년)는 중국 초기 전국 시대의 제자백가 중에서 묵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8 혜시(기원전 370년~기원전 310년)는 송나라 사람으로, 위나라 혜왕 때 재상을 지낸 인물이다.

 

 9 공손룡(기원전 320년~기원전 250년)은 조나라의 문인이다.

신간 소식 구독하기
뉴스레터에 가입하시고 이메일로 신간 소식을 받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