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까지도 학자들에 의해서 수정 보완되고 있는 수학 서적인데, 나는 예전에 경수창16의 주해본17으로 그 일부를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워낙 내용이 방대하고 심오하여 중도에 포기했던 책이지.”
“네? 승상께서 포기를요?”
“그래. 그 구장산술에는 농업, 상업, 공업뿐 아니라 행정, 토목, 건축, 수송 등 실제 우리 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학 내용이 무려 아홉 장章에 걸쳐 집대성되어 있단다.”
“맙소사. 그게 사실이라면 그 책이야말로 어제 승상께서 말씀하신 관리 교육의 필수교과이겠군요?”
승상은 웃음이 섞인 기침을 몇 번 하시더니 말을 이으셨다.
“그래 그렇지. 하지만 대체 누가 그걸 가르칠 수 있겠니? 나도 중도에 포기한 책을 말이다.”
“아…”
“하물며 설이 너처럼 수학에 관심을 두는 이조차 드문 게 현실이야. 전란의 시대라 어찌 보면 당연하겠다만…. 그런데 얼마 전에 내가 놀라운 소식을 들었는데 말이다. 무려 그 구장산술을 어린 나이에 이미 통달해 직접 주해본까지 쓰고 계시는 분이 있다고 하더구나.”
“승상께서도 포기하신 그 책을 어린 나이에 말인가요?! 그게 누군가요?”
“우리 한나라의 소열황제 유비18님의 먼 친척이신 유휘라는 분이시지.”
16 경수창(기원전 1세기 무렵)은 전한 후기의 관료이자 수학자·경제학자·천문학자이다. 셈에 뛰어나 선제의 총애를 받았다.
17 주석과 해설을 첨가하여 원본을 보완해 발전시킨 책.
18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초대 황제로, 자는 현덕(玄德)이다. 황제로 즉위하기 전에는 한나라의 황실 성씨였으므로 유황숙(劉皇叔)이라고도 불렸다. 삼고초려(三顧草廬)로 제갈량을 등용하여 촉한의 승상으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