Ⅴ.
“네가 꼭 그 일을 맡아야 할까? 아무래도 난 걱정이 앞서는데.”
수심 가득한 얼굴로 오라버니가 말했다.
“저 역시 걱정은 돼요. 하지만.”
“…”
“몇 번이고 다시 생각해 봐도 제가 이 일을 맡지 않으면 앞으로 두고두고 후회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설아.”
“후훗. 일단은 승상을 만나 뵙고 설명을 좀 더 들어보기로 해요.”
“… 그래. 알았다.”
승상님은 내게 임무의 수락 여부를 결정할 하루의 시간을 더 주셨고, 밤새 나는 어느 정도 마음을 굳혔다. 유휘라는 분의 수학 지식에 강한 호기심이 든 이유도 있지만, 유휘가 ‘그’일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을 확인하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삶이 덧씌워진다고 해서 없었던 지식이 생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덧씌워지는 인격과 해당 시대의 인격은 같기 때문에, 만약에 ‘그’의 수학적 재능이 예리하게 갈고 닦인 모습이 유휘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다. 물론 시기상 아직은 그가 유휘로 덧씌워지기 전이겠지만, 여기서 북해까지는 먼 거리이니 혹시 또 올지 모르는 지금의 삶의 끝을 마주하기 전에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늦기 전에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