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북원을 점거하면 위나라 군은 농서와 연락이 끊기고, 자연히 측면과 배후가 모두 열리는 형국이 되네. 거기에 더해 우리에게 우호적인 강족과 저족의 지원까지 받아낼 수 있다면 전세는 완전히 우리 쪽으로 기우는 형국이 되지. 사마의도 북원의 이런 지리적인 중요성을 모를 리가 없으니, 우리 군이 북원으로 공략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 곧장 전 병력을 이끌고서 허겁지겁 달려올 거네. 설이는 바로 그때 위나라 국경을 넘는 거네. 무공수 동안을 거쳐 동쪽으로 말일세.”
정말 제갈 승상님의 전술은 명불허전이구나. 한두 수 정도가 아닌, 적어도 세 수 이상 앞을 내다보고 치밀하게 세워둔 전략에 소름이 돋았다.
“… 하지만 승상.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병력은 남아 있지 않겠습니까? 물론 지휘관이 부재중인 상황에서 위나라 군사가 고작 여인 한 명에 신경을 쓸 거라 생각지는 않습니다만….”
정말 오라버니께서는 어지간히 날 걱정하는구나. 이쯤에서는 내가 안심시켜 주는 게 맞겠지.
“오라버니. 너무 염려 마세요. 만에 하나 잡졸 몇에게 발각된다고 하더라도 두셋쯤은 가뿐히 제압하고 따돌릴 수 있습니다. 그걸 위해서 오라버니는 어렸을 적부터 제게 무술을 가르쳐 주신 거잖아요?”
“설아.”
“후훗. 정말 걱정하지 마세요. 이래 봬도 제 나이일 적의 오라버니보다는 제가 힘도 갑절은 더 세니까요.”
승상과 오라버니는 웃음을 터뜨렸다.
승상의 치밀한 계책을 듣고서 마음이 놓인 것도 있지만, 사실 뭣보다도 안심한 건 나에게 사흘의 여유시간이 더 주어졌다는 점이다. 부지런히 써나간다면 적어도 내 지난 삶들의 커다란 줄기 정도는 기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