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내가 괜히 오지랖을 부린 걸까. 그간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하룻밤 정도는 장안에서 보내고자 여관방에 몸을 누였지만 문득 걱정이 된다. 정황상 백발의 남자가 세금을 내고서 수중에 남아 있어야 하는 물건의 양이 현재의 두 배가 되어야 한다고 일러준 것이 화근이었다.
내 판단에 그러한 세율 방식에서 올바른 세금 계산법은 단순 덧셈이 아닌 여분에 대한 곱셈일 테고, , 즉 세금을 내고도 4할은 남아 있어야 한다(백발의 남자는 2할만이 남아 있다고 했다).
내 말을 들은 남자는 금세 불같이 화를 냈고, 그 즉시 장안 태수에게 이를 따지러 가겠다며 그에 동조하는 이들을 이끌고 사라져 버렸다. 혹시라도 나에게 불똥이 튀지 않아야 할 텐데.
불안한 마음과는 달리 그간 누적된 피로 탓에 어느 순간 나는 깊이 잠이 들었다.
꿈을 꾸었다.
꿈속의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울고 있다. 거실에서 들려오는 새 부모님의 대화를 들어서다. 새엄마는 나를 외국으로 유학 보내고 싶어 한다. 말이 좋아서 유학이지, 처음에는 날 다시 고아원으로 보내자고 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어렵다는 점 때문에 떠올린 대책일 뿐. 결국 날 버리고 싶어 하는 거다.
두 분이 말을 마치고서 내 방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울고 있던 나는 재빨리 눈물을 닦았다. 문이 열리며 만삭인 새엄마가, 그리고 그 뒤로 새아빠도 따라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