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ⅠⅤ.

 

“어이. 너 뭐야? 왜 여기까지 들어온 거야?”

누군가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온몸이 욱신욱신하다. 눈을 떠 주위를 둘러보니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웬 사내가 내 앞에 쭈그려 앉아서 말을 걸고 있었다. 문득 내 손목과 발목에 강한 통증이 느껴져 쳐다보니, 밧줄로 세게 묶였던 자국이 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밧줄은 풀려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여긴 사형을 앞둔 흉악범들이나 갇히는 데라서 여자가 들어올 일은 어지간하면 없는데. 너 뭐 고위 관료한테 밉보일 짓이라도 한 거냐?”

내게 말을 거는 사내를 다시 보니, 남루하고 더러운 행색이 아무리 봐도 나와 같은 수감자인 듯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사내 또한 나처럼 손발이 묶여 있지 않았고, 심지어 사내의 뒤로는 열려 있는 감옥 문도 보였다.

“누구… 신가요?”

“얀마.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너는 누구냐고.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다니 웃긴 얘네, 이거.”

사내는 바지를 툭툭 털며 일어났다.

“나는 지금 나갈 거다. 너도 나가고 싶으면 얼른 일어나서 따라와. 뭐, 여기 있는 게 좋으면 그냥 그렇게 가만히 멍 때리면서 누워 있든지.”

나는 영문을 몰라 말을 잃었다.

“에이.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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