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내 팔을 붙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낙마의 충격이 컸던지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팠지만 이를 악물었다.
“재수 좋은 줄 알아. 나 아니었으면 너는 꼼짝없이 여기서 죽거나 반병신이 돼서 나갔을 테니까.”
“왜 저를 도와주시는 거죠?”
그는 내 말에 코웃음을 쳤다.
“너 같으면 같은 방 동기를 버려두고서 혼자서만 도망치겠냐?”
“…”
그는 내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치고서 날 감옥 밖으로 이끌었다.
“잠, 잠깐만. 그냥 제가 걸어서 갈게요.”
그는 날 한번 흘기더니 잡고 있던 팔을 놓고선 앞장서서 걸어갔다. 나는 그런 그의 뒤를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쫓았다.
사내는 마치 감시병들의 위치를 모두 꿰고 있는 듯, 걸음걸이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한참을 따라가다 보니 외진 곳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듯한 말 한 마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서 아무도 없음을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준비한 말은 이 한 필뿐인데, 넌 이제 어디로 갈 거냐?”
“아, 저는 청주 쪽…”
“뭐? 청주? 너도? 허 참. 이런 우연이 다 있나. 나도 청주로 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