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게다가 그 시절 프로그래머가 하던 일은 제대로 된 직업이나 학문 분야도 아니었으며, 명확히 정립된 업무도 아니었습니다. 사실상 프로그래머는 도깨비 같은 존재였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는 어떻게든 이 굉장히 느리고, 메모리도 얼마 안 되고, 불안정하고, 비싸기만 한 컴퓨터란 기계를 뭔가 유용한 일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에 대해 다익스트라는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합니다.3

 

“그 시절 수많은 똑똑한 프로그래머들은 이 제약 투성이인 기계에 어떤 교묘한 방법을 써서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을 처리하게 할 수 있을지 연구함으로써 일종의 지적 만족을 얻기도 했다.”

 

프로그래머에 대한 이런 인식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1960년대와 1970년대를 거치면서 오히려 이미지는 악화됩니다. 원래는 컴퓨터실에서 흰색 실험 가운을 입고 일을 하던 프로그래머가 어느새 거대한 칸막이를 친 사무실 한구석에 몰린 블루칼라 너드(nerd)가 되어 버립니다. 최근에 와서야 다시금 프로그래머가 화이트칼라로 인정받는 위치까지 올라왔지만, 지금도 우리 사회는 프로그래머에게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우리 또한 프로그래머가 어떤 힘이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