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한동안 프로그래머는 일종의 필요악 취급을 받았습니다. 회사 경영자나 제품 기획자는 언젠가 프로그래머가 필요 없어지는 날을 꿈꾸었습니다. 컴퓨터가 점점 더 영리해지고 성능이 향상되고 있어 어쩌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바람은 서서히 생긴 것이 아니라 급속도로 강해졌습니다.

하지만 프로그래머가 없는 세상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가 강력해질수록 그 컴퓨터를 제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의 수요 역시 커졌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래머는 줄어드는 대신 더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그만큼 더 높은 역량을 요구받습니다. 의사의 세부 전공이 나뉘어 있는 것처럼 프로그래머도 점차 세분화되었습니다. 이제는 어떤 분야의 프로그래머를 고용해야 할지를 먼저 고민해야 할 정도입니다.

이처럼 프로그래머 수요를 없애려는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지만, 프로그래머 수요는 오히려 확대되고 다양해졌습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사람들은 “AI가 해결책이 아닐까?”라는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건대, 결과는 다르지 않습니다. 컴퓨터가 더 똑똑해지고 강력해질수록 프로그래머의 필요성과 위상은 그에 따라 더욱더 높아질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