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나는 컴퓨터가 사용자의 입력에 대해 ‘추측’하거나 ‘안 되는 걸 되게 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확신한다. 그랬다가는 통제 불능의 끔찍한 복잡성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유일하게 추측이 개입되어도 좋다고 보는 영역은 구글의 자동 교정 기능 정도다.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줄 뿐 앞서 나가서 추측을 바탕으로 무언가를 해서는 안 된다. 입력은 옳거나 옳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뿐 ‘아마’라고 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게 중요하다. 만약 입력이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면 사용자에게 둘 중 하나를 선택할 기회를 주거나 에러를 도출해야 한다.

 

컴퓨터 세계는 애초에 엄격했어야 하는 것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말도 안 되게 복잡해졌다.

 

엄격하면 안 되는 애플리케이션도 있다. 음성 명령을 받는 프로그램이 사용자가 한 말을 엄격하게 받아들였다가는 아예 작동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예외에 속한다. 키보드는 매우 정확한 입력 장치이고, 마우스도 키보드보다는 덜하더라도 꽤 정확한 장치다. 사용자가 정확한 장치로 입력할 때는 특정 형식을 요구해도 무방하다. 사용자가 크게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으면 된다.

물론 사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건 중요하다. 어쨌든 컴퓨터는 인간이 할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있는 모든 입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복잡성의 미로에서 나갈 길을 찾느라 꽤나 고생할 것이다. 심지어 이런 미로는 빠져나올 때 쓸 지도를 만드는 데에도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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