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는 말을 마치더니 별안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이런, 혹시라도 내 얼굴을 기억해서는 안 되는데.
“왜 그러시나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는지요?”
“아, 아니오! 흠흠!”
병사는 민망했는지 고개를 돌리고선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허리춤에 있는 단검을 빼 검 자루로 있는 힘껏 병사의 목덜미를 가격했다.
쿵!
맥없이 바닥에 쓰러진 병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코에 손가락을 대어보니 다행히 숨은 쉬고 있다. 이대로라면 다른 병사 한 명이 돌아온다고 해도 큰 사태로 번지진 않을 테지.
그때였다.
“웬 놈이냐!”
놀라서 돌아보니 하필 때맞춰 나갔던 병사가 돌아와 나를 보고 있었다. 바닥에 쓰러진 자신의 동료를 확인한 적은 곧바로 초소 벽에 세워져 있는 창 하나를 들고선 날 향해 겨눴다.
혹시라도 큰 소리를 치기 전에 제압해야 해.
나는 재빨리 바닥에 쓰러진 병사의 허리춤에서 칼을 빼 들고서 놈을 향해 돌진했다. 갑작스러운 내 움직임에 당황한 적은 내 쪽으로 정직하게 창을 내질렀고, 나는 몸을 비틀어 가볍게 창끝을 피하고선 그대로 적의 목 우측에 칼을 대었다.
“잠깐만!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