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힘없이 다시 바닥에 드러누워 한참을 멍하니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그래. 어차피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은 이런 삶. 그냥 나 스스로 끝내버리자. 주위에 그 녀석도 없으니 이제 더는 날 말릴 사람도 없을 테지.

그렇게 마음을 먹고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 순간 내 머릿속엔 나와 똑같은 삶을 사는 그녀, 서연이가 떠올랐다.

… 서연이는 어떻게 됐을까. 어딘가로 떠났지만, 본인이 원했던 목적지에 잘 도착이나 했을는지. 아니면 나처럼 또다시 다른 시대로 넘어갔을지. 그것도 아니면… 혹시라도 나처럼 삶을 비관하여 절망적인 선택을 하지는…

아니다. 그녀는 나보다도 이런 삶을 더 오래 겪어왔다. 삶을 비관해서 나쁜 선택을 했을 사람이었다면 진즉에 했을 테지.

서연이는 지금까지 어떤 마음으로 살아왔던 걸까. 혹시 그녀는 이 길이 보이지 않는 삶의 답을 알고 있는 걸까? 하긴, 서연이라면 충분히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 다시 찾아보는 거야. 그녀가 지금 어느 시대의 어디에서 살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한 번 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보는 거야. 서연이라면 이런 내 삶의 이유를 알려줄 수 있을지도 몰라.

멈춰 있던 피가 다시 가슴에서부터 퍼지는 듯하다.

“약속드립니다! 책을 드리는 거로 모자라시면 따로 교습도 해드릴게요. 절 믿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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