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북(TheBook)

산반서 소책자

 

 

Ⅰ.

 

산반서. 레오나르도가 얼마 전에 출간했다는 수학책이다. 많은 공을 들였다는 그의 말이 무색하지 않게, 쪽수가 무려 400이 넘는 두꺼운 책이다.

레오나르도는 우선 내게 이 책을 한번 쭉 읽어 보고서 솔직한 감상을 말해달라 했다. 어찌 보면 별거 아닌 부탁을 진지하게 그리고 정중하게 하는 그의 태도에서 나는 그가 독자 한 명 한 명을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많은 애정을 쏟아서 책을 집필했다는 의미겠지. 아미르였던 시절에 별 감흥 없이 매일 기계처럼 수학 신간 서적들을 번역했던 내 모습과는 사뭇 대비돼서 부끄러운 기분도 들었다.

1202년, 보나치의 아들인 피사의 레오나르도가 집필한 산반서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책 표지를 넘기니 나온 첫 문구다.

이어지는 책의 서문에는 힌두 수 체계의 탁월함을 전파하고 싶다는 그의 의지가 첫 문단에 쓰여 있었고, 현실에의 적용보다는 증명을 기반으로 한 이론 중심의 책을 썼다는 내용도 있었다. 특히 기하학에 대해서 그러한 입장을 취했다는 대목에서 나는 레오나르도가 고대 그리스의 수학도 많이 공부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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