Ⅱ.
“잠깐만요! 이봐요. 선생님! 저기요!”
나는 아까부터 따라오는 그 열정돌이의 끈질긴 외침에 결국 걸음을 멈췄다.
“절 부르신 겁니까?”
“네!”
열정돌이는 내 앞에 와 양 무릎에 손을 얹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숨을 골랐다.
“제게 물으실 거라도?”
그는 초롱초롱한, 조금은 부담스러운 눈망울로 날 올려다보며 물었다.
“혹시 아라비아 숫자를 볼 줄 아시는지요? 아까 이 종이에 쓰인 내용을 읽으신 거죠?”
“네. 왜요?”
“와! 놀랍습니다! 역시 제 책을 읽어 보셨군요!?”
“… 그쪽이 누구신데요?”
“아아!”
그는 자세를 바로 하고 오른손을 몸에 쓱쓱 닦고는 내밀어 내게 악수를 청했다.
“제 이름은 레오나르도입니다. 『산반서』3를 쓴 사람이 바로 저입죠! 하핫!”
나는 얼떨결에 그가 내민 손을 마주 잡았다.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몸에서는 악취가 무척 심하게 날 텐데,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정중하게 인사를 걸어오는 걸 보면 성품은 좋은 사람인 듯하다.
3 산반서(Liber Abaci)는 훗날 피사의 레오나르도가 1202년에 출간한 수학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