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딴에는 정말 열심히 쓴 책인데 다들 읽어주질 않아서 낙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같은 분을 뵙게 되니 너무 반가워서요!”
신인 작가인 건가? 처음 책을 출간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꽤 자의식 과잉 상태인 듯하다. 아라비아 숫자를 볼 줄 안다고 해서 내가 자신의 책을 본 거라는 저 확신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야?
“아뇨. 실례지만 저는 그쪽의 책을 본 적이 없습니다. 산반서라는 책 제목도 처음 듣고요.”
“예?! 그럴 리가….”
레오나르도란 사내는 당황한 표정으로 얼버무렸다. 나라면 무척이나 민망했을 듯하다.
“아니, 그러면 선생님께선 어떻게 아라비아 숫자를 아시는지요? 혹시 실례가 아니라면 여쭤 봐도 괜찮습니까?”
“저는 마디나트 아스 살람의 지혜의 집에서 수학을 연구한 사람입니다. 힌두-아라비아 수 체계를 아는 거야 당연한 거죠.”
“예!? 지혜의 집! 아이고!”
나는 말하면서 순간 아차 싶었다. 지금은 아미르였던 때와 전혀 다른 시대. 마디나트 아스 살람의 위치도 여기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일 텐데.
하지만 레오나르도란 남자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제가 아주 크나큰 결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감히 몰라뵙고 망언을 했네요.”